가수 이승윤-30호 무명에서 스타로
작년 12월 중순에 프로젝트가 끝나고 몇 개월 만에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늘 휴식은 좋지만,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면 유튜브를 탐험하는 시간이 휴식 일부가 되기도 합니다. 그날도 탐험 중에 발견한 것이 JTBC에서 방송하고 있던 싱어게인이었습니다. 방송과는 조금 다르지만, 엔터테인먼트 관련한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저였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무명 가수들이 출연하는 콘셉트는 별로 끌리는 방송도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몇 개월 동안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줬던 업무 프로젝트로 인해 TV 프로그램들에 관심을 가질만한 여유가 전혀 없었지요.
30호였던 이승윤을 알게 된 것은 이승윤의 영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63호였던 이무진의 특이한 머리와 노래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노래를 듣다가 이승윤과 함께 부른 신해철의 "연극 속에서"를 듣고 63호는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데 함께 부르는 30호는 그냥 대학생처럼 보였습니다. 일단 남자 둘이서 기타 치며 부르는 모습이 참 신선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싱어게인 방송 중에 이승윤이 나오는 핫클립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찐 무명으로 소개된 이승윤을 호감도 있게 본 이유는 약간 어수룩하지만 유머스러운 멘트, 하얀 윗 치아를 드러내고 밝고 환하게 웃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모습들이 막냇동생 같은 느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승윤을 각인시켰던 장면은 바로 박진영의 허니를 부르기 전에 소리 한 번 지르고 가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일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편집하지 않고 방송에 내보낸 PD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이 심사위원이나 시청자들이 그래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점수 채점자 입장에서 있다가 긴장감이 살짝 풀어지면서 오히려 공연을 편안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출연자와의 관계가 가깝게 형성되면서 관심도를 상승시키는 굉장한 어필 요소가 생긴 것이죠. 뮤지션의 매력과 개인적인 매력의 시너지가 상승효과를 만들어서 이승윤의 퍼포먼스도 더욱 돋보이게 만든 것 같습니다.
박진영의 허니를 시작으로 치리 치리 뱅뱅,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소우주, 물 등으로 보여준 이승윤 자신만의 독보적인 퍼포먼스와 정체성,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이 함께 있다 보니 싱어게인의 우승으로까지 연결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직 보시지 못한 분들은 꼭 관련 영상들을 보시면 TV 속의 스타가 아닌 그냥 친한 학교 후배나 동생, 조카, 친구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근래에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관심 가는 연예인을 보고 추천해 준 일이 없었는데 이승윤의 출연 영상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서 소개를 해준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았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칭 방구석 뮤지션으로 얘기하는 이승윤은 우리나라 나이로 33살이며 인대밴드 따밴의 기타 겸 보컬 멤버로 2013년에 데뷔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식 데뷔는 2016년에 개인 앨범인 무얼 훔치지로 했고 2019년부터 알라리깡숑이라는 인디 밴디 보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1년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30호 가수로 출연하여 최종 우승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이승윤은 2011년 제35회 대학가요제에 자작곡인 '없을걸'로 참가했고 그때 만난 멤버들로 따밴이 결성되었다고 합니다. 정식 앨범의 수량은 개인 앨범 6개와 현재 소속 밴드인 알라리깡숑에서 4개 앨범을 발표하였습니다.
요즈음에는 작사, 작곡에 노래도 잘하고 외모도 멋지고 뭐든 잘하는 뮤지션들이 참 많아졌는데 이승윤은 그 자신은 잘 모르는 그 만의 매력이 뿜 뿜 풍기는 가수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무명이었을 당시 이승윤의 노래와 영상들을 찾아봤습니다. 홍대 클럽에서 부르는 장면에서는 싱어게인 방송에서처럼 소리 한번 지르고 가겠습니다라는 장면이 역시 등장합니다.
방송에서 일부러 만들어진 멘트가 아니라 그의 라이브 공연에 늘 따라붙어 다니는 그 만의 필살기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가수가 이승윤처럼 라이브 무대 전에 각자의 방식으로 목이나 긴장감을 푸는데 이승윤이 방송에서 그걸 하다 보니 신선하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이승윤의 앨범들을 들어보면 30호 가수였던 이승윤과 조금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싱어게인에서 불렀던 곡들이 다른 가수의 곡이다 보니 얼마든지 자기만의 색깔로 부를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징 때문에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그의 앨범에 있는 노래들은 제목부터 특이합니다.
2013년 발표한 반역가들, 하품만 나오네, 이백서른두번째 다짐
2016년 무얼 훔치지
2018년 우주 like 섬띵 투 드링크, 무명성 지구인, 달이 참 예쁘다고
2019년 구겨진 하루를, 뒤척이는 허울, 새벽이 빌려준 마음 등 철학적 색채가 짙은 제목들이 대부분이고 가사 또한 쉽게 이해하기보다는 곰곰이 생각하면서 듣는 곡들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제목도 다소 어렵고 가사도 철학적이지만 공감이 가는 내용이고 멜로디도 신선하다고 느껴지니 앨범들을 찾아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유희열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가수라고 얘기했을 때 나름대로 공감이 가긴 했는데 발표한 노래들을 들어보면 정말 컬러가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들이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대중적인 스타일의 가수였다면 TV에서 만나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만의 확실하고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이승윤이었기에 오히려 신선했고 그동안의 음악적 노력이 있었기에 그가 가진 음악적 재능과 끼, 퍼포먼스가 우승이라는 결과로 발휘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은 한창 방송에서 다른 가수들의 노래들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지만, 이제는 다시 이승윤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인디밴드로서의 독특한 개성을 이어가는 가수로 성장할지 아니면 대중 가수로 변화할지는 그의 선택에 달려있지만 우리는 그가 대중적이지만 이승윤만의 독특함을 잃지 않는 가수가 되기를 말입니다.
자신만의 개성을 갖고 대중적으로 성공하는 가수로 간다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감동하게 했던 많은 가수도 자신만의 정체성이 살아 있을 때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이 있기에 이승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좋아하는 음악과 생계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가 호불호가 갈리던 무명 가수를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유명 가수로 진화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또한 반짝스타가 아닌 앞으로 더욱 성장하는 뮤지션이 되고 그만의 특별한 무대에서 직접 만나보기를 기원해 봅니다.
참고로 함께 출연했던 63호 이무진도 참 노래 잘 부르고 기대되는 가수이니 함께 사랑해 주세요.
오늘 이승윤은 KBS 2TV 불후의 명곡 10주년 특집 싸이 편에 2주간에 걸쳐 출연한다고 하니 본방 사수입니다.
이승윤의 공연은 5월29일(토) 6시 5분에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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